[소아재활 클리닉] _ “발달지연”

엄마의 품에 안긴 갓 태어난 아기는 기쁨, 그 자체입니다.

아기와 엄마는 본능적으로 사랑에 빠집니다. 아기는 엄마에게 많은 신호를 보내어 사랑을 받고 엄마 역시 아기에게 적극적으로 반응하여 보살피게 됩니다. 모든 생존의 기본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 아기에게 엄마는 세상, 그 전부입니다.

엄마는 아기가 성장하면서 보이는 모든 움직임에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미소와 옹알이에 활짝 웃음으로 답합니다. 엄마의 웃음에 아기는 더 큰 동작으로 응수합니다. 엄마의 긍정적인 반응이아이의 성장에 큰 자극이 됩니다.

최근 국가에 영유아 건강검진 사업을 시행하여 그 일환으로 영유아의 운동발달에 관심을 갖고, 발달의 이상을 보이는 영유아들을 조기 중재 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발달지연을 보이는 영유아를 진료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사업 시행에 있어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한편으로 매우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 병원 내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신생아 파트에서 발달상의 문제가 조금이라도 염려가 되는 고위험영아는 인큐베이터 내에서부터 진료를 의뢰하시고 우리 과에서 적극적으로 재활치료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부분은 달수를 다 채우고 태어났으며 큰 건강상의 문제가 없던 아이들 중에도 발달지연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아기들이 있으며 이런 아기들에게 적절한 치료의 가이드가 설정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아기들의 성장은 유전과 환경이 어우러져 일어나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씨앗이라도 척박한 땅에서는 자라기 힘들며, 좋은 토양, 좋은 환경에서 열매가 풍성하게 맷히는 것처럼, 아기의 성장 역시 적절한 환경적 중재가 매우 필요합니다. 이러한 환경적 중재에는 아기의 발달을 돕기 위한 여러 가지 자극과 부모님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사선생님들로부터 발달의 문제에 대한 전문 검진을 의뢰받아 진료를 보는 아기들이 많아졌습니다.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아기들 중 일부는 재활치료를 받고 운동발달이 많이 좋아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찾아오는 아기들이 모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아기는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성급하게 문제가 있다고 결론내리지 마시고 좀 더 지켜보기를 권유하기도 하고,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자극을 위한 발달치료 방법들을 소아재활치료실에서 가르쳐드리기도 합니다.

엄마는 아기의 건강에 무한한 책임을 느낍니다. 그래서 아기의 발달이나 건강상의 문제가 인식되면 매우 걱정이 많아집니다. 무분별한 인터넷 상의 건강정보의 홍수도 엄마의 이러한 걱정을 더욱 부채질합니다. 또한 출산 후 호르몬 영향으로 우울한 기분을 느끼기 쉬운 엄마는 이러한 상황에서 쉽게 길을 잃어버립니다.

길을 잃고 안개 속을 헤맬 때 이쪽으로 가십시오. 라고 안내를 해 드릴 수 있는 의사선생님들을 만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감기나 장염으로 숱하게 드나들게 되어 이미 이름도 알고 있는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사선생님들과 늘 상의하시고,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사선생님들께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물어보십시오. 그리고 운동발달이나 다른 부분의 문제에 대하여 전북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소아재활 담당 전문의에게 진료 보기를 권하신다면 너무 무거운 걸음으로 방문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많은 경우 우리 아기의 발달을 확인할 때 거창한 검사를 하는 일은 드뭄니다. 아기의 발달을 좀 더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진찰을 하는 것이 우선시 되며, 그 개월마다 좋은 발달을 보이는 지 혹은 발달에 있어서 필요한 부분이 있는 데 그런 부분의 자극을 못 해주는 것은 아닌 지 조언을 해 드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아기의 발달에 대한 무거운 걱정을 저에게 맡기고 우리 아기가 잘 자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아기가 하는 손짓 발짓 하나하나에 엄마는 크게 웃으며 반응해 주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예쁜 무지개를 보지 못하면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정상발달의 과정에서는 깨닫지 못 할 동찰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장해를 가진 소아 환자들의 진료를 보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그 것은 아기가 성장하여 어떤 운동장해가 생긴 것에 대한 고통과 실망이 아니라, 정말 심각한 뇌병변이 있었던 아기가 커나가면서 그러한 문제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의 노력과 희망을 알게 된 것입니다. 부모님의 눈으로 성장한 아이를 보았을 때 ‘이러한 장해가 남았구나’라고 말씀하시며 눈물짓지만 의학적의 눈으로 아이의 뇌의 변화를 보았을 때는, 뇌에 이런 큰 문제가 있었는데도 ‘이렇게 작은 장해로밖에 남아있지 않았구나’하고 생각하면서 놀람을 금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믿습니다. 우리 아기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부모님과 의료진이 힘껏 돕는다면 분명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 엄마, 아빠가 그 길을 가는데 길을 잃지 않도록, 안개 속에서 등불을 들고 길을 안내하겠습니다.